앙냥앙냥 _ 01
아침에 일어나면 슈가 은근슬쩍 제 곁으로 와서 인사합니다.
"옹~앵?"
한번은 엄마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죠.
"우리집 고양이들은 참 야옹 하는 걸 본 적이 없어. 어째 맨날 애기처럼 응애응애 하는건지."
신기합니다. 고양이들의 다른 이름은 야옹이인데, 아무리 들어도 야옹은 잘 안해요.
그런데 이름이 야옹이라니요.
길고양이들과 이야기 해봐도 야옹은 안하던데..
야옹이는 말도 안됩니다. 애옹이라면 또 모를까.
우리 모카 슈만 봐도 하는 말이 참 다릅니다.
고양이 세계에도 사투리가 있을까요?
아님 출신나라별로 말이 다른 걸까요?
아무튼 우리 모카와 슈를 만난 이후로 야옹~ 하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.
(딱! 한 번 있어요! 모카가 한 번 저한테 짜증내던 날 ㅋㅋ 그때 정말 귀여웠어요)
옹~앵~
얭~~~ 얭~~~
아앙~~~~!!!
으앵~~ 으앵~~~
꺅~!
앙,옹?!
아아아아앙~~~!!
참 많은 말들을 합니다.
어쩜 그리 말이 많은지 한 번은 툭 터놓고 얘기좀 해보고 싶어요.
우리 아이들과 생활한 지도 벌써 4년이니, 들어보면 패턴들은 똑같아서 이제는 대화가 되긴 합니다.
"그래 얼른 밥 먹자~!"
"아까 먹었잖아. 언니 밥 먹고 너 밥 줄 거야. 안 돼."
"방금 츄르 한 개 먹었는데, 왜 또 안먹은 척하는 건데?"
"금방 나갔다 올 거니까 짜증내지마."
"방금 놀아줬는데, 또 놀자고? 그만 놀자~~"
"화장실 치웠다 그래, 이제야 맘에 드나 보지?"
"슈, 넌 왜 아빠만 좋아하는 건데?"
슈랑 모카는 성격도 참 많이 다르고,
하는 말도 참 다르고, 조르는 방식도 달라요.
슈는 저에게 조를 때는 꼭 제 의자 팔걸이에 뛰어올라 제 어깨를 잡고 귀에 대고 말을 합니다.
슈는 너무 가벼워서 팔걸이에 올라온 줄도 모를 때가 많아요.
특히 제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이요.
그런데 갑자기 어깨 잡고 귀에 대고 "야~앙?" 해서 소름돋게 놀란 적도 많아요.
슈는 아빠바라기라서, 저는 무시를 하는 편이에요.
아무래도 저한테는 "야, 너 뭐하냐?" "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간식이나 줘봐."
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느껴져요 ㅋㅋ
밥은 제가 다 주고, 화장실도 제가 다 쳐주고, 놀아주는 것도 제가 하는데 말이죠.
그런데 슈는 참 너무 이쁘게 생겨서 보고 있으면 얄밉다가도 너무 사랑스러워져요.
모카는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죠.
"언니 제발 방문 좀 열어놓고 살자."
"언니 밥 줘"
"언니 그거 그만해"
"모카한테 무릎을 주세요"
"아이씨!! 청소기 돌리지 말라니까!!!"
"이건 내꺼야 내가 다먹을 거야!!"
"난 먹고싶지 않았는데, 슈가 먹는 걸 보니 내가 먹어야겠어."
이젠 뭐, 척하면 딱입니다. ㅋㅋ
고양이를 처음 만나, 고양이에게 빠져들던 순간이 기억납니다.
고양이 번역기, 고양이 통역기를 검색하고,
심지어 모든 말들을 다 검색어에 넣어서 알아본 적도 있어요.
너무 알고 싶었거든요. (번역기는 물건너 나라에서 사와야 해서, 결국 사지는 못했어요)
그러다 그 말소리를 적어놓은 블로그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.
동물들과 대화하는 그 외국 언니를 찾아보며 '이 언니 진짜 쩐다.' 하면서 감탄하기도 하구요.
그렇게 간절히 대화하고 싶던 저희였는데,
이젠 눈짓 손짓 발짓 몸짓 심지어 말로 대화까지 다 하게 되다니.
돌이켜 봐도 참 신기합니다.
어찌됐든,
야옹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닙니다.
개명이 필요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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